[클로버/사나다 키요히데 드림]꿈에서 하지 못한 사과

novel/드림 2015. 7. 20. 21:39





클로버/사나다 키요히데 드림

오리주 이름 및 설정 있습니다.

개인 해석 및 캐붕 주의. 날조 주의. 비문, 오타 주의.




근래 들어 꾸는 꿈이 있었다. 딱히 악몽이라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잊을만하면 그 꿈을 꿔서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는 일이 있었다.

꿈속에서 자신은 인질로 잡혀있었다. 참 질리지도 않는구나 싶을 정도였지만, 문제는 에리나 역시 인질로 잡혀 있었다는 것이었다. A 구역에 자신이, B 구역에 에리나가 붙잡혀 사나다에게 선택을 종용한다. 누구를 먼저 구하러 갈 것이냐고.

히어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그 진부한 협박은 언제나 꿈속에서도 어이없는 웃음을 자아냈지만, 실제로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로 효과적인 것이었다.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와도 마냥 웃을 수는 없었다. 정말 현실로 벌어질 수 있는 일인 것이다. 그걸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다가도 금세 멈췄다.

실제로 벌어질 수 있는 일에 계속 웃을 만큼 강하지는 못했다. 이미 과거의 전적이 있는데 당연한 일이었다. 과거와 현재가 얽힌 현실적인 가정이었으므로.

꿈이라서일까, 붙잡혀 있는데도 고민하는 사나다를 볼 수 있었다. 잡혀있는 1인칭의 시점과 그 자리에 없는 사나다를 3인칭의 시선으로 본다. 몸이 두 개로 갈라져 각자 지켜보는 것처럼.

꿈속에서의 사나다는 고민을 한다. 분노와 어쩔 줄 모르는 혼란스러움을 표정에 드러내며 끝까지 고민한다. 그렇게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가 결국 선택한다. 선택받은 사람은 에리나다.

자신이 먼저 선택하지 않은 쪽에는 키쿠치를 비롯한 친구들에게 부탁을 한 채 선택한 사람을 구하러 간다.

꿈에서 자신을 붙잡은 이들에게 비웃음이 어린 그 말을 전해 들어도, 딱히 상처라거나 충격을 받지는 않는다.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인데 그런 걸 받을 이유가 없었다. 그 선택을 할 거란 사실 역시 이미 예상했으니까.

조롱 어린 시선과 말들을 무시하고 있으면 자신을 구하러 온 상대가 나타났다. 사나다는 에리나를 구한다. 자신은 키쿠치가 구해준다. 도움을 받고 사나다를 만나면 사나다는 그 피떡이 된 얼굴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다. 미안하다고.

무엇에 미안한 건지 쓴웃음이 난다. 자신을 선택하지 않아서? 에리나를 우선시해서?

그런 우열을 가린 것에 사과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상상으로만 남겨둔 일이었지만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당연히 에리나를 먼저 택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건 당연한 가정이었다. 에리나는 사나다가 아끼고 지켜줘야 하고, 그럴 수밖에 없는 하나뿐인 여동생이었다. 자신과 아무리 친하다 한들 여동생을 먼저 구하는 것이 당연지사였다.

그 점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섭섭함을 느낀 적도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하지만 이런 식의 사과를 받게 되면, 존재하지 않았던 서러움이 불쑥 고개를 들이밀어 비참함을 억지로 안겨주었다. 사실 그 사과를 받는 것이 가장 비참했다.

어차피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다시 에리나에게 간다. 당연한 이치고, 당연한 일이니까.

사과할 필요가 없는 일인 것이다. 먼저 구해주길 바라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사나다는 언제나 사과했다. 먼저 에리나를 구하고, 뒤늦게 먼저 구해주지 않은 것에 대해 사과했다.

사나다가 구해주지 않았더라도, 친구들이 구해줬다. 사과받을 이유가 없는데도 사과를 받는다. 그 점에 비참해진다.

그렇다면 사과해주지 않는 것이 좋을 텐데. 어차피 똑같은 상황이 또 벌어진다면 결국 선택받지 못할 것을 알고 있다. 사과를 받아봐야 또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사과의 이유가, 사과를 잇는 그 감정이 이어지지 않았다.

괜찮노라고 대답하려는 순간 꿈에서 깬다. 항상 그 부분에서 대답하기도 전에 꿈에서 깨어났다. 대답이 닿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처럼 그렇게.

꿈은 악몽이 아니었다. 악몽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밝았고, 그렇다고 마냥 좋은 꿈이라고 하기엔 기분이 묘한 찝찝함이 뒷맛을 나쁘게 했다.

꿈. 하지만 벌어질 수도 있는 현실. 꿈 자체가 아닌 그 연결고리가 악몽이었다.


"미안해, 키요."


꿈에서 대신하지 못한 말을 내뱉으며 마른세수를 한다. 그런 비참함을 품어버린 것에 대해서. 사과하게 만든 것에 대해서.

정작 상처받을 수 있는 것은, 고생스러운 사람은 그 상황에서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사나다일텐데도.

혼잣말로 내뱉은 그 사과는 닿지 않았다. 꿈에서도 그랬듯 현실에서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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