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도박마/카도쿠라 드림]In memory of him
도박마 거짓말 사냥꾼 바쿠/카도쿠라 유다이 드림
드림주 이름 없습니다. 카도쿠라 유다이와는 전속 입회인&전속 회원 관계 설정이 있습니다.
*미궁 라비린스&M게임, 즉 14권 네타가 있습니다.
그녀는 품속에 곱게 안고 있던 꽃다발을 꽉 그러쥐었다. 순백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국화 꽃다발이 손끝에서 바스락거렸다. 국화꽃 향기가 흩날리고 있었다.
그녀가 서 있는 곳은 경시청 앞이었다. 경시청. 얼마나 청렴결백하고 고결하게 들리는 단어인지. 많은 사람이 신뢰하고 범죄를 처단하는 이들이 모인 이 건물 안에서 사랑하던 사람이 죽었다. 불과 며칠 전의 일이었다.
카도쿠라는 좋은 사람이었다. 그 좋은 사람의 기준이 그녀의 주관적인 범위 안에 드는 수준이었지만 그랬다. 그녀의 주관적인 시선 속에 카도쿠라는 자비롭고, 공정하며, 똑똑하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었다. 비록 그것이 불법적인 일에 가까울지라도 말이었다.
카도쿠라와 그녀는 전속 입회인과 회원의 관계였다. 그녀가 카도쿠라를 부르면 그는 기꺼이 찾아와 게임을 진행하고, 그녀가 이겼을 때는 그녀의 승리를 위해 상대 회원이 건 것들을 빼앗았다. 차, 집, 돈, 보석, 사람. 심지어는 그 존엄한 생명까지. 그러기 위한 입회인이었다. 카도쿠라는 그녀를 위해 무척 공정한 게임 진행과 더불어 집행을 맡아서 해주었다. 어떻게 보면 파트너와 같았을 것이다. 그녀가 필요로 할 때, 그는 언제나 곁에 있었다. 그렇게 많은 것을 함께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카도쿠라와 그녀가 전속 입회인과 회원의 관계 그 이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녀만이 카도쿠라에게 감정을 가졌을 뿐, 카도쿠라는 전속 회원이라는 틀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은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점이 조금 그녀에게는 유감스러운 부분이었다.
카도쿠라는 그녀가 부르지 않는 한 그는 입회인의 일을 할 일이 거의 없었고, 그것은 다른 입회인이라고 해서 별반 다를 일은 아니었다. 전속 입회인이란 그런 것이었다. 어지간한 일이 아닌 이상 카게로는 회원의 부름을 중요시했고, 부르는 일도 없었다. 단지 그 날만 달랐다.
그 날. 그래, 바로 그 날. 카도쿠라는 그녀의 부름이 아닌 다른 입회인의 부름을 받아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 갔다. 그곳의 도박꾼이 전속 입회인이 아닌 제3자의 역할을 해줄 다른 입회인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그 날 경시청의 지하에서 여러 차례의 게임이 진행되었고, 범죄 따윈 일어나지 않을 것 같던 그 경시청의 밑바닥에서 카도쿠라는 죽었다. 미궁 속의 괴물, 미노타우로스에게 제물로 잡아먹힌 날.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마다라메 바쿠와 유키이데 카오루라고 했던가. 그녀는 그들이 카도쿠라를 부른 것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애초에 노리고 부른 것은 아닐 테지만 원인을 조금 제공했다는 점에서 그들의 이름은 잊을래야 잊을 수 없었다. 특히 마다라메 바쿠의 이름이라면 더욱 그랬다. 마다라메 바쿠. 거짓말 사냥꾼. 그를 향한 미노와의 공격을 막아내고, 숙청하게 만든 사람. 바쿠가 카도쿠라를 죽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어느 정도 카도쿠라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은 피해의식에서 생겨난 왜곡되고 잘못된 책임 전가임을 알고 있었다. 바쿠는 미노와와의 두뇌 싸움에서 이겨, 카도쿠라가 그를 숙청하게 만들었다. 치밀하게 머리를 굴리고 조금의 속임수를 씀으로써 카도쿠라가 잠깐 한눈을 팔게 만들었다. 그가 카게로를 유용한 도구로 이용했고, 그 영향은 카도쿠라가 받았다. 이기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당연히 한 일에 카도쿠라가 죽었을 뿐이었다. 죽인 장본인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준 자. 그렇게 생각하면 그에게도 원망이 치밀었다.
유키이데가 제3의 입회인을 제안했고, 카게로가 그를 불렀으며, 바쿠가 그를 이용했다. 그녀는 그들을 가슴에 품었다.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았을 때, 카도쿠라는 자신이 벌린 일에 휘말려 죽었다. 자업자득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업자득으로 죽었다는 것은 그녀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원망하고 증오할 상대가 필요했다. 그것은 카도쿠라가 아닌 살아있는 이들에게 화살이 돌려졌다. 카도쿠라에게 향하는 원망과 분노는 이미 넘쳐흐르고 있었기에.
카도쿠라는 자신이 카게로의 입회인이라는 점을 무척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러니 아마 죽는 순간까지 그는 입회인다웠을 것이고, 후회조차 없었으리라. 남겨진 그녀만이 후회할 뿐.
"죽는 순간에 내 생각은 한 번이라도 했나요?"
대답 없을 질문이 바람에 찢겨 흩날렸다. 사실 어리석은 질문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이러한 질문은 단순한 비즈니스 관계인 자신이 하기엔 맞지 않는 질문이었으니까. 답이 없을 것을 알면서도 질문한 것은 그에 대한 감정이 날뛰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에게는 단순한 비즈니스 관계였지만, 그녀에게는 아니었으므로.
"조금도 하지 않았겠죠. 당신에게 있어 나는 그저 담당 회원일 뿐이었으니까."
그녀는 씁쓸하게 웃으며 손에 쥐고 있던 꽃다발을 경시청 앞에 떨어뜨렸다. 허무할 정도로 쉽게 죽어버린 그를 위해 상냥하게 꽃을 놓아줄 만큼 친절한 성격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카도쿠라의 머리스타일이 좋았다. 항상 빗과 휴대용 드라이기를 소지하는 그 세심함이 좋았다. 얼굴 근육이 일그러진 것처럼 웃는 모습이 좋았다. 펄럭일 정도로 길게 늘인 수트가 좋았다. 무언가 박힌 것처럼 우둘투둘한 흰 장갑을 끼고 있는 것이 좋았다. 그 장갑과 옷 아래에 빈틈없이 자리 잡은 근육이 좋았다. 팔에 도드라지는 핏줄이 좋았다. 그의 공정한 부분이 좋았다. 게임을 주도하는 부분이 좋았다. 카게로에 들어오기 전의 한 번을 제외하고는 이후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은 점이 좋았다.
그의 모든 점이 좋았다. 그의 존재 자체가 사랑스러우리만치 좋았다.
그리고 그만큼 미웠다. 그토록 강했는데, 겨우 두 번째의 패배로 죽어버렸다. 그녀는 카도쿠라가 미웠다. 자신의 전속 입회인인데도 그리 쉽사리 카게로의 부름에 따라가 버린 것도 미웠고, 제 발로 걸어 들어가 다시는 걸어서 나오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도 미웠다. 어느 것 하나 허락한 적이 없는데도, 멋대로 죽어버린 그를 증오했다. 그토록 강한 모습을 줄곧 보여주었으면서, 제 얼굴을 다시 마주하지 못한 채 죽어버린 카도쿠라에게 분노했다. 폭력에 제어를 당한 것처럼, 돌이킬 수 없는 부분이 찢겨 나갔다. 맞붙은 폭력에 다시금 손을 뻗어 그를 이겼지만, 삶과의 싸움에서는 이기지 못했다. 그 게임을 제안한 카도쿠라가 참을 수 없이 미웠다. 카도쿠라의 모든 점이 미웠다. 자신이 좋아했던 카도쿠라의 많은 모습마저 미워질 만큼 오갈 곳을 잃은 분노들이 날뛰었다.
패배를 용납하지 않듯, 패배 따윈 필요 없다는 듯 살았던 사람이었다. 실제로 그는 아주 오래전 맛보았던 패배 이후 패배한 적이 없었다. 패배하는 순간 죽어버릴 것처럼, 승리만을 해왔는데 정말로 그렇게 되어버린 것이다. 나약하기 짝이 없는 사람. 폐건물의 악마, 로뎀마저 살았는데, 그 로뎀만도 못한 명줄을 가졌었다니.
"마지막까지 당신은 입회인다웠다고 들었어요. 당신의 마지막 말에 의해 거짓말 사냥꾼의 승리가 확정되고 게임은 종료되었죠. 그와 동시에 당신의 삶마저 종료시켰어요."
그 말에 긍정을 해주는 것처럼 휘몰아치는 바람 소리가 귓가를 어지럽혔다. 꽃을 감싼 포장지가 이리저리 흔들리고 눌리면서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나는 아직도 혼란스러워요. 당신을 부르면 아직도 게임을 입회하러 찾아와 줄 것 같고, 금방이라도 그 기묘한 웃음을 지으면서 나를 비웃을 것 같아요."
아직도 눈을 감으면 그의 많은 것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지난 며칠 간의 꿈도 떠올랐다. 어두컴컴한 미로 속에 미노타우로스가 있었다. 미로 속에는 몇몇 사람이 있었지만, 카도쿠라는 미로의 위에서 관찰하는 자였다. 누군가에게 떠밀리듯, 떨어지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가 미로 속으로 떨어진 순간, 그는 관찰자에서 희생자가 되었다. 머리가 좋은 그는 출구까지 도달할 수 있었지만, 그 출구를 눈앞에 두고 미노타우로스와 조우했다. 그렇게 그는 출구로 나가지도 못한 채 미노타우로스의 마지막 희생자가 되었다. 그의 머리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꿈에서 깬 것이 여러 번이었다. 그녀는 이 꿈을 꾸는 이유를 알았다. 또한, 이 꿈을 꾸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도 알았다. 다만 선택을 꺼려왔을 뿐이었다.
"내가 당신에게 많이 집착하고 있다는 건 알지만, 꿈에까지 찾아와서 얘기해줄 필요는 없어요."
마치 재촉하는 것처럼 꿈으로 알린다. 얼른 선택하라고.
"당신이 그렇게 떠나버려서 내게 새 입회인이 생길 것 같아요. 유감스럽네요, 당신이 게임을 주도하려는 점이 좋았는데. 이러니저러니 해도 당신의 입회 방식은 나와 꽤 잘 맞는 편이었어요."
미련이라는 것이 끈적하게 들러붙었다. 조그맣게 벌리는 입가에도 들러붙어, 한글자 한글자 이야기하는 것이 힘겨울 정도로.
"당신처럼 특별한 입회인을 만나기란 쉽지 않겠죠."
그 미련을 떨치려는 것처럼 작게 심호흡을 했다.
"마지막 게임은 재밌던가요? 즐거웠길 바라고 있어요. 재미도 없는 게임 속에서 죽었다면 당신의 죽음 이상으로 아주 비참했을 테니까요. 나도, 당신도."
카도쿠라가 죽는 순간에 어떠한 생각을 하고, 어떠한 감정을 지녔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바쿠가 있었던 만큼, 카도쿠라는 무척이나 즐거웠을 것이다. 그 거짓말 사냥꾼의 게임인데 그렇지 않을 리가 없었다. 바쿠의 게임. 그것에 대해 분노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반대로 크나큰 위안을 주기도 했다. 그리고 그 위안이 조금 등을 떠밀어주었다.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들어 전화번호부에서 카도쿠라의 이름을 찾아내었다. 단 한 번도 연락해보지 못한 연락처. 카도쿠라 유다이. 단 네 글자의 이름을 보면서 몇 번 버튼을 누르자 '삭제하시겠습니까?'라는 문구가 떴다.
"당신이 제멋대로 세상을 떠났듯. 나도 제멋대로 당신을 추모할게요. 내가 당신을 추모하는 건 이번뿐이에요. 오늘 이후 나는 당신에게 꽃잎 하나 바치지 않을 것이고, 나아가서는 당신의 존재를 잊을 거에요. 좋아했다 해도 이렇게까지 매달리는 건 꼴불견이니까."
금방이라도 기억 속에서 지워버릴 것 같은 단호한 말과는 정반대로, 버튼 위에 올려진 손가락에는 미동도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가만히 있던, 그녀가 결국 선택했다.
'삭제하시겠습니까?'
NO.
취소 버튼 너머로 카도쿠라 유다이라는 이름이 밝게 빛나며, 그 이름에 떼어내지 못한 미련이 새겨졌다. 그녀는 휴대폰을 다시 집어넣으며 작게 숨을 뱉었다.
"잘 있어요. 즐거운 게임을."
그녀는 경시청을 향해 살짝 눈인사하고는 그대로 돌아섰다. 그리고 이곳에 왔던 그대로, 세워둔 차에 올라탄 뒤 망설임 없이 떠났다. 그곳에만큼은 미련이 없는 것처럼, 그렇게 떠났고 다시는 그 자리로 되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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