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교실/카라스마 드림]발렌타인 데이

novel/드림 2015. 2. 6. 09:44




암살교실/카라스마 타다오미 드림.

드림주 이름 없습니다. 글 내의 설정으로 드림주가 E반에 속해 있습니다.






한 해의 큰 이벤트 중 하나인 발렌타인데이가 다가왔을 때, 당연하게도 E반 역시 조금 들떠있었다. 그들에게는 좋아하는 상대에게 준다는 의미보다는 우정에 가까운 의미였지만 들떠있는 이유는 주변에 좋아하는 상대에게 줄 사람이 둘 이상은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구경꾼의 입장에서 들떠있었다. 카라스마를 둘러싼 두 사람의 쟁탈전.

오늘 같은 큰 이벤트 날에 두 사람이 얌전할 리 없었고, 그 예상을 뒷받침하듯 두 사람은 초콜릿을 준비해와 있었다. 그 점이 E반의 흥미를 증폭시키고 있었다.


카라스마는 지독히도 눈치가 없는 편이었다. 일반적인 분위기나 전투에서의 눈치가 아니었다. 그런 경우에 카라스마는 짐승이라기엔 괴물 같을 정도로 눈치가 빨랐고, 행동 역시 그랬다. 그런 그가 눈치가 없어지는 순간이 있었는데, 연애에 관련되면 그러했다. 이성적인 호감이라고 하는 그 기류를, 카라스마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편이었다. 대놓고 좋아한다고 말해도 조금의 당황이나 의심조차 품지 못하는 유형이었다. 성격이라면 성격이라 할 수 있는 그 특유의 둔감함은 오늘 얼마나 더 폭발할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흥미진진하기 짝이 없는 발렌타인 초콜릿 전달식은 점심시간이 끝나갈 즈음에 벌어졌다. 조용하게 복도를 지나치던 카라스마를, 그녀가 불러세운 것이 시작이었다.


"카라스마 선생님은 초콜릿 싫어하세요?"


카라스마는 그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하는 대신 아니, 라는 대답을 뱉었다. 설령 싫어한다고 해도 카라스마는 대놓고 앞서 거절할 타입은 아니었다. 그는 그래 보여도 상냥한 성격이었다.

카라스마의 대답에 그녀는 품에 안고 있던 초콜릿 상자를 내밀었다.


"선생님께 드리려고 가져왔어요."


그녀의 손에는 특유의 여고생다운 아기자기하고 예쁜 포장으로 싸인 상자가 있었다. 상자는 한눈에 봐도 적잖은 크기에 사랑스러운 하트 무늬 포장지로 미루어보아 그것이 단순한 우정 초콜릿 같은 것이 아님을 온몸으로 뿜어내고 있었다. 몰래 지켜보고 있던 살생님을 비롯한 E반 친구들은 당연하게도 카라스마에 대한 그녀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다만 문제라면 카라스마만이 그것을 엿보지 못했다는 것에 있었다.

아주 조금의 정적도 없이 그 상자를 받아든 카라스마는 고맙다며 작게 미소 지었지만, 그녀를 비롯한 E반 친구들은 카라스마가 그 상자에 감춰진 감정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어찌나 바보 같고 답답했는지 몇몇 친구들은 탄식을 내질렀고, 몇몇 친구들은 혀를 차는 둥 두 사람에게 들키지 않을 만큼의 반응을 보였다. 저렇게 노골적인데도 아무런 감정도 눈치채지 못하는 게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한편으로는 발갛게 붉어진 뺨이라던가, 살짝 떨리는 목소리 등의 모습을 전혀 내비치지 않는 그녀에게 실망하기도 했다. 물론 그러한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카라스마가 눈치챌 거란 생각은 요만큼도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렇게 담담하게 초콜릿을 건네주면 김이 빠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조금쯤은 여고생답게 귀여운 모습을 보일 수도 있을 텐데.

친구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즈음 그녀는 어느새 돌아가고 있었다. 그녀의 걸음은 평소보다 느릿했고, 덕분이라 해야 할까 그 사이 그녀를 염탐하던 친구들은 그녀보다 빨리 교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마하의 속도로 움직이는 살생님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그녀가 교실 문을 열었을 땐 마치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각자 딴짓을 하고 있었고, 그 딴짓에 어색함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을 그녀가 아니었다.


"염탐하고 있었지? 변태들. 그 중 살생님이 제일 변태에요."

"뉴왓! 선생님은 그저 학생들이 이벤트를 잘 즐기고 있나 하고…!"

"변명은 구질구질해요, 살생님. 그리고 너희도 너무 노골적으로 구경하던데? 내가 목표물이었으면 너희는 금방 들켰어."


그녀는 남의 일을 이야기하듯 무척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당사자가 아니었다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통에 하마터면 잠시나마 그들이 착각할 정도였다.


"아니, 일부러 엿보려던 생각은…."

"있었잖아? 뻔히 보이는데 거짓말은 안 되지."


그녀가 쿡쿡, 하고 웃으면서 대답하자 친구들은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다행히 그녀는 딱히 화가 났다거나 기분이 상한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래도 매번 구경하려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물론이지! 이번엔 뭐랄까…."

"발렌타인데이니까!"

"맞아 맞아! 이벤트 날이잖아!"

"그런 날은 아무래도 궁금하니까."

"그래요, 선생님도 그래서 그런 거랍니다."

"살생님 말은 별로 안 믿기는데요."

"뉴왓! 제 말도 믿어주세요!"


당황함과 억울함이 뒤섞인 살생님의 외침에 저절로 웃음이 터졌다. 꽤 시끌시끌할 정도로 웃고 떠들던 분위기 속에서 카야노가 어딘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있잖아, 너무 감정 없이 건넨 거 아니야? 그 초콜릿 직접 만들었잖아. 엄청 많이 신경 썼는데 조금이라도 표현하면 좋지 않았을까?"


"내가 얼굴을 붉히며 드렸어도 카라스마 선생님은 신경 안 쓰셨을 거야. 초콜릿도 큰 하트 모양이지만 상자를 열어보셔도 별생각 안 하실걸."

"우와 엄청 냉정한 분석…."

"애초에 나도 그런 성격도 아니고. 그리고 만약 아주 조금이라도 알고 계신다 한들 바뀌는 건 없어."


조금 냉정하게 들리는 그 말에 친구들이 별다른 말을 못하고 있을 때, 앞문이 거칠게 열리며 스기노를 비롯한 다른 친구들이 재빠르게 뛰어왔다.


"염탐하고 왔는데 비치 선생님도 카라스마 선생님께 초콜릿 줬어! 비치 선생님이 안쓰러울 정도더ㄹ…. 헉, 너도 있었구나."


뒤늦게 그녀를 발견한 스기노가 땀을 삐질 흘리며 당황했다. 어딘가 얼어붙은 듯한 분위기와 더불어 마주 닿아오는 그녀의 시선에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 엿본 것 때문에 그런 것인지, 이리나도 카라스마에게 초콜릿을 준 것 때문인지 종잡을 수 없어서 더욱 그러했다. 마치 잡아먹힐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속으로 떨고 있을 때, 그녀의 시선이 걷혔다. 화가 났다거나 기분 나빴던 것은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에 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드릴 거라 생각했으니 상관없어."

"비치 선생님이 뭘 드렸는지는 궁금하지 않아?"

"기껏해야 초콜릿, 더해봐야 와인이나 키스밖에 더 되겠어?"

"키…!!!"

"뭘 선물했는지 궁금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어. 나는 내 감정에 충실하면 돼. 굳이 상대가 뭘 했는지 계속 지켜보면서 비교하거나 자기 위로 하고 싶은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거든."


그녀는 작게 웃으며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리고 웃고 있던 입가를 누그러뜨리며 진지하게 말을 이어갔다.


"선생님을 좋아해. 이 마음이 있는 한 누가 이기네 마네는 중요하지 않아. 그리고 이게 승부라고 생각도 안 하고. 나는 그저 카라스마 선생님 한 명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야."


그가 알아챘을 때 거절당할 거라고 해도.

그들은 아마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카라스마에게 자신의 진심을 담아 무엇이든 주고, 무엇이든 거리낌 없이 얘기하지만, 겉으로 그 감정을 대놓고 드러내지 않는 것은 그가 눈치채지 않았으면 하는 감정도 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사랑을 눈치채주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가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다.

이 이율배반적인 마음은 그 누구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었다. 털어놓고 싶지도 않았다. 이런 나약함을 드러내 버리는 순간 가장 걱정하던 일이 벌어져 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그 마음을 가슴 저편에 묻어둔 채 모르는 척 외면하기로 했다.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자신도 몰랐던 것처럼 잊혀지도록.

그녀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상념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목소리로 친구들을 불렀다.


"자, 너희도 하나씩 가져가."


그녀는 가방 속에 챙겨온 초콜릿을 하나씩 꺼내서 나누어 주었다. 카라스마에게 준 것만큼 큰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들 역시 직접 만든 것들이었고 못지않게 예쁜 포장을 한 초콜릿들이었다.


"와, 고마워!"

"잘 먹을게."


그녀가 나눠주는 대로 모두 나름대로 인사를 건네며 초콜릿을 받아갔다. 나눠주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초콜릿을 받아간 친구들은 바로 초콜릿을 꺼내 먹거나, 가방 속에 넣어두거나 하는 등 각자 성격에 걸맞은 반응을 보였다. 그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자리에 얌전히 앉은 그녀는 가방 속에서 작게 포장한 초콜릿 봉투를 꺼냈다. 카라스마에게 준 것과 같은 모양이지만 훨씬 작은 초콜릿들이 들어있는 봉투였다. 초콜릿은 전부 하트 모양으로 만들어져 안에는 카라스마의 이름이 영어로 한 글자씩 쓰여 있었다. 그 이니셜들을 보면서 아까 전 카라스마에게 초콜릿을 건네줄 때의 일을 생각했다.

마음과 감정을 듬뿍 담아서 건넸는데 과연 알아차려 줄까, 하고 생각하다 곧 잘못된 생각임을 깨달았다. 카라스마에게 자신의 감정을 보여줬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오늘은 단순하게 카라스마에게 초콜릿을 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발렌타인데이에 걸맞게 좋아하는 사람에게 초콜릿을 준다. 단지 그뿐이었다.

그녀는 초콜릿 하나를 집어 들어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혀끝부터 부드럽게 녹아오는 달콤함을 카라스마도 즐겨주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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