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빨강머리 백설공주/오비드림]그녀의 머리카락
오늘은 소주제 대신 개별적 참가로..
전력드림 『그녀의 머리카락』
*빨강머리 백설공주의 오비 드림
*오리주 설정 있음
*개인 해석 및 캐붕 주의. 날조 주의.
릴라의 머리카락은 유리처럼 반짝이는 백발이었다. 햇빛을 받으면 은색처럼 반짝거리곤 했는데, 화려한 머리장신구를 하면 더욱더 돋보이곤 했다. 어떠한 색이든 따라서 물들어버릴 것 같은 그 머리카락을 보고 있노라면 묘한 이질감에 가끔씩 눈을 비비고는 했다. 바람 결에 흩날리는 긴 머리. 익숙한 모양새였지만 색은 달랐다.
오비의 기억 속 릴라는 연보라색 머리카락이었다. 그 언젠가 봄에 흐드러지게 피어나던 꽃과 같은 연한 보랏빛의 머리카락.
오비와 릴라가 다시 만나게 된 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짧다고 한다면 짧은 기간이겠지만, 결코 짧은 기간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어려운 기간이었다. 그 사이 오비와 릴라는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 조금씩은 얘기했지만 완벽하게는 아니었다. 그래서 오비가 듣지 못한 이야기 중에서는 릴라의 머리색이 바뀌게 된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오비는 눈치가 빠른 편이었다. 직업 탓도 있겠지만 오비의 성격에 기반한 눈치이기도 했다. 릴라를 다시 재회했을 때, 릴라의 바뀐 머리카락을 보았을 때 어느정도 예상한 이유가 있긴 했다. 오비는 그저 변장을 하듯 머리를 물들였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생각을 바꾸게 된 것은 그녀와 헤어진 후 있었던 몇 가지 일들을 듣고 나서였다. 그 이야기들을 듣고 나서야, 오비는 그녀가 원해서 머리색을 바꾼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 자신이 예상하는 그런 사건이 있었을 것이라 추측되었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나서야 오비는, 더 이상 그녀에게 머리색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없음을 알았다. 그녀가 현재 자신의 머리색에 별 생각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건드려서는 안되는 역린같은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인지 그 어느 것도 알 수 없었다.
릴라는 백설의 서류를 반 정도 나눠들고 함께 걷고 있었다. 백설은 릴라가 서류를 들어주겠다고 했을 때 한사코 거절했다. 하지만 릴라는 상당히 고집있는 성격이었고, 스스로가 백설보다 낮은, 젠을 비롯한 친구들의 종자라는 것을 언제나 자각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친구인데 서류 반 정도는 함께 들어도 되지 않느냐며 얘기해오는 통에 백설은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어 둘은 사이좋게 류의 방으로 가던 중이었다.
자연스럽게 약초에 대한 화제로 이야기를 하던 백설은 뭔가 생각난 것이 있었는지 릴라에게 조용히 질문했다.
"그러고보니 릴라의 이름은 꽃에서 따온 건가요?"
"맞아요. 제가 있던 곳에서 대표적인 꽃에서 따와진 이름이죠."
굉장히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이에요. 백설은 그 말에 맞장구를 치며 릴라와 매우 잘 어울린다며 칭찬해주었다. 진심이 담겨있는 그 칭찬에 릴라가 곱게 미소짓고 있는 그 찰나, 머리 위에 무언가가 떨어졌다. 나뭇잎인가 싶어 머리에 떨어진 물체를 보니, 라일락 꽃송이였다.
릴라와 백설은 이내 하늘에서 쏟아지는 라일락에 눈을 휘둥그레 뜬 채 멍하니 바라보았다. 푸르른 하늘에 흰 구름이 보였고, 그 구름과 하늘에 라일락이 무늬처럼 박힌 듯 시야를 가득 채웠다. 여우비가 내리듯 라일락 비가 내리고 있었다.
릴라는 금세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이런 짓을 할 사람이 또 있을까 싶지만, 눈에 띄는 행동을 피하던 그가 하는 행동 치고는 조금 낯선 느낌이었다.
"오비!"
그 목소리에 답하듯 나무 위에 숨어있던 오비가 재빠르게 바닥에 착지했다. 오비의 입가에 있는 묘한 웃음이, 그가 범인임을 확신시켜 주고 있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재밌지 않았나요?"
"꽃을 주고 싶으면 얌전히 주란 말이야."
"물론이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오비는 숨겨뒀던 흰색 라일락 한 가지를 꺼내들었다.
"아가씨 생각이 나서 마을에서 사왔습니다."
내밀어지는 라일락을 받으면서 오비를 바라보았다. 빙그레 웃고 있는 그 미소 뒤에 무슨 의도가 숨겨져 있는지 알 수 없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오비는 릴라가 라일락을 받아들자, 이번에는 백설에게는 유라시구레를 내밀었다.
"아가씨들에게 어울리는 꽃들을 가져와 봤어요."
백설의 머리카락처럼 붉은 유라시구레와 릴라의 머리카락처럼 새하얀 라일락. 릴라는 그제서야 오비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알아챘다. 답지 않게 이런 일을 벌인다 싶었는데, 의도를 알아채고 나니 참 알기 쉽다고 생각했다.
"내 머리색과 같은 라일락이네."
"라일락은 보통 연한 보라색으로 많이들 알지만 흰색도 있긴 하니까요."
"맞아. 색이 다르다고 해서 라일락이 아닌 건 아니지. 겨우 색깔 정도로 라일락의 본질은 달리지지 않아."
릴라는 라일락의 향기를 맡았다. 어지러울 정도로 자주 맡던 냄새가 익숙해서 절로 웃음이 나왔다. 생각해보니 라일락을 보고 산 지도 오래되었다. 고향에서는 어딜가나 라일락의 밭으로 보일 정도로 라일락이 피어나곤 했지만, 타국에서는 아니었다. 어떻게 이만큼 구해온 것도 대단할 정도였다.
"아가씨는 라일락이 가장 잘 어울립니다."
그 어떠한 머리색이어도요. 릴라는 오비가 삼켜낸 뒷말을 상상했다. 그렇게 생각해주기를 바랐다. 라일락이 흩날리는 듯한 머리색은 과거 칭찬을 많이 받았지만, 다시 만나고 난 이후부터는 한 번도 없었다. 그 나름대로 자신의 감정을 걱정해 생각해준 모양이었지만, 섭섭하지 않았다 한다면 거짓말이다. 다른 사람들의 칭찬도 고마웠지만, 원하는 것은 오비의 칭찬이었다. 그 어떠한 모습이건 오비의 칭찬이 듣고싶었다. 그의 눈에 언제나 아름다워보이길 원했다.
릴라는 백설의 손에 들린 유라시구레를 받아 백설의 귓가에 꽂아주었다. 유라시구레와는 또다른 붉은 색의 머리카락과 묘한 조화였다. 릴라는 백설에게 몹시 잘 어울린다는 칭찬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손에 들려있던 라일락은 오비의 귓가에 꽂아주었다. 순간 당황하는 그 얼굴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어쩜 더 수상해보이는 모습이 되었네."
"저 놀리시는 거죠?"
"잘 어울려, 오비."
"놀리시는 거 다 알아요."
오비의 말에 릴라는 새삼스럽지도 않다는 듯 조용한 웃음으로 긍정을 했다.
자신의 이름인 릴라도 고향에 가득하던 라일락에서 따온 것이었다. 아름답게 피어난 라일락의 계절에 태어나 라일락과도 같은 머리색을 가진 릴라에게 매우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그래서일까 릴라는 라일락이 매우 좋았고, 가끔은 라일락과 자신을 동일시 하곤 했다. 마치 지금처럼.
오비 귓가에 얌전히 꽂힌 라일락을 보며 릴라는 자신이 오비를 감싸 안고 있는 상상을 했다. 오비의 체취 속에 라일락의 향기가 섞이는 것을 상상했다. 그러면 마치 자신의 체취가 그와 섞인 것 같아서. 그와 하나가 된 것 같아서.
거기까지 생각이 마친 릴라는 스스로의 빈약한 상상력을 비웃었다. 어찌나 욕망적인지, 상상력은 부끄러움을 몰랐다. 오비가 이런 상상을 몰랐기에 망정이지, 알게 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어색하고 사이가 멀어질지도 몰랐다.
릴라는 방금 전까지 떠올리던 상상을 금세 기억 너머로 치워버리고는, 백설에게 계속 칭찬을 건네고 있는 오비를 불렀다.
"그나저나 오비."
"네, 아가씨."
"네가 모아서 뿌린 꽃들. 네가 다 치워야지."
"앗, 치워야합니까?"
"당연한 얘기잖아. 여기는 왕궁이잖아. 멋대로 하면 안 돼."
릴라는 짐짓 엄한 목소리로 오비를 타이른 후 백설의 손을 잡아 끌었다. 저런 바보같은 종마는 도와줄 필요가 없다는 말을 내뱉는 것도 잊지 않았다. 뒤쪽에서 너무하다면서 사뭇 억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설만이 릴라와 오비를 번갈아가며 어떻게 해야할지를 고민하는 것 같았다. 류에게 가야하지 않느냐며 릴라가 잡아끌지 않았더라면, 오비를 도왔을 지도 몰랐다.
릴라는 백설과 함께 몇 걸음 걷다, 이내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커다란 바구니에 라일락을 하나씩 주워담는 모습이 새삼 귀여워 보였다. 오비가 곧 릴라의 시선을 알아채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릴라는 조용히 소리없이 입가를 움직여 오비에게 무언의 말을 건넸다. 오비는 금세 알겠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오비에게 보낸 무언의 메시지는 잘 전달 되었던 모양인지, 백설을 도와 류에게 다녀온 후 방에 돌아왔을 때엔 침대 위에 라일락이 담긴 바구니가 놓여져 있었다. 릴라는 그 바구니 옆에 살짝 앉아 물을 뜨는 것처럼 라일락을 손바닥 가득 담았다. 이토록 많은 라일락 속에서, 기분 탓일까. 오비의 체취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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